mysterious frogs/마을 전경

텃밭에서

서핑 2012. 3. 18. 11:52

 

온 세상을 꽁꽁 얼어 붙일 것 같던 추위도 겨울이라는 계절의 임무를 다 한 듯 엊그제 늦게나마 절기에 맞추는 시늉을 하면서 밤 새 비가 내렸다,

햇볕은 텃밭에서 따사로이 부서지며  밭두렁 가장자리에 모여 잇는 지난겨울의 낙엽들은 어느새 뒤척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항상 이때

쯤이면 여지없이 부지런 떠는 아내의 손은 서너 평 되는 텃밭을 정리하면서 상추, 쑥갓 등 일고여덟 가지를 외우며 올 한 해의 텃밭 운영계획을

세운다, 올해도 쥐똥나무 울타리 근처에 있는 작은 텃밭에서 지난해 몫을 다하고 버려진 고추지지대를 치우고 겨울을 끈질기게 지낸 잡초의

그루터기를 뽑아내던 아내가 갑자기 놀랜듯한 목소리로 온실 안에 있는 날 부르는  것이다, 빨리 나와 보라는 것이다,  하던 일을 멈추고 빠른걸음에

가보니 텃밭에 지난봄 명의나물을  심었던 곳을 가리키면서 아내얼굴이 눈부시도록  환한 것이었다, 내눈이 의심 갈 정도로 연초록색 새잎이 지난해의

잎보다 대여섯 배 크기로  올라온 것이다, 어느새 ? 아니 어느새? 며칠 전만해도 명의나물 심었던 곳은 갈아 엎고 다른 쌈 채류를 심을 요량으로 준비하며

짬을 보고 있었는데 아찔하다 너무 부지런 떨었으면 그만 새순도 보지 못하고 이렇게 즐거운 일을 겪지 못 했을 걸 생각하니 , 역시 농사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최선을 다했으면 말이다,

농사라곤 근처도 안 가본 집사람이 이렇게 화훼농사꾼의 아내로 벌써 삼십 여년 조그마한 텃밭농사만 이 십 여년, 해마다 똑같은 채소밭이지만

아내의 마음은 나이가 들수록 텃밭에 애착을 갖으며 푸성귀의 먹 거리에서 작은 행복을 만끽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마음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지난해 매월 한 번씩 모임에서 만나는 회원으로부터 시험 재배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이제 막 발아가 되어 이식 직전인 ‘울릉도산마늘’ 이라는

 이름으로도 유통되기도 하는 ‘명의나물’ 의 어린 모종을 얻어와 텃밭 귀퉁이에 정성들여 심어놓고 차광망으로 해가림을 하며 환경을 최대한

맞춰주며 한 여름을 예년보단 더 텃밭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잡초 하나 없는 텃밭에서 작고 가느다란 입사귀는 생기가 돌던가 하더니 장마와

무더위를 지나면서 아침 저녁 찬바람이 느껴지는 9월에 들어서니 그만 시름시름 우리부부의 희망을 사라지게 잎이 녹아없어지는 것이다.

 처음 모종을 얻어올때  “아마 아무리 잘 관리를 하더라도 살릴기 힘들거요” 하던  그 회원의 농담석인 한마디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명의나물을 고랭지가 아닌 이곳에선 재배하기가 쉽지 않다던 여러 사람들의 말이 실감나는  체험을 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그 이 후 한동안 명의나물에는 관심을 전혀 갖지 않고 긴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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