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ious frogs/마을 전경

이동슈퍼

서핑 2007. 8. 12. 16:28
*우리마을의  이동슈퍼*

장마 비로 연일 후덥지근하던 엊그제 일이다, "오늘은 꼭 이동슈퍼를 만나야 하는데" 라며 온실일과가 시작되는 아침부터 나에게 들어보고 협조하라는(잽싸게 나가보라는)눈치다, 며칠째 과일과 찬거리를 준비하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다, 찬거리라 해야 우리 부부 단 두식구의 먹 거린데 급할 땐 대강 대강 먹어도 되는 식탁인데도 집사람은 식사 준비만은 항상 신경을 쓰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의 작은 텃밭에 심겨진 쌈 채류나 그리고 허물없이 지내는 이웃집의 텃밭도 장마 비로 먹 거리가 짓물러 영 시원찮은 것이다, 더구나 두부 등 일부 가공품 부식 들은 이동슈퍼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을 잘 모르는 난  자세히 물어본다,  그간 별 탈없이 이동슈퍼와의 거래가 원만히 잘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서 화물차에 설치한 스피커로 들려오는 이동슈퍼의 호출멘트가 들리는가 싶어 온실에서 일하다 말고 부리나케 나가는 아내의 빠른 동작에도 어떻게나 빨리 지나가는지 이동슈퍼가 저만치 뒷바퀴만 보인다는 것이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다 , 전에도 가끔 이런 일이 있지만 벌써 여러 번째 이렇게 먹 거리에 아쉬워 하기는 처음이다, 물론 정 급하면 인근에 있는 대형 할인점을 이용하면 된다, 더구나 시설이 잘되고 신선한 재료들이 많은 매장에서 처음 보는 먹 거리들을 구경하며 장바구니에 담는 재미도 있잖은가, 우리 마을을 드나드는 이동슈퍼는 세 사람이다, 한분은 경력이 벌써 20여년이나 되어 대부분의 원주민들인 마을주민들의 아주머니의 마음들을 훤하게 꿰뚫고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부식들 중에서도 야채와 과일만 인정받는 슈퍼다, 그리고 또 한분의 이동슈퍼는 약 십 여 년 경력으로서 야채 과일보다 두부, 묵, 청국장등 즉 가공식품을 인정받는 슈퍼다, 마지막 한분은 해물 전문인데 우리 마을에 나타난 것은 이제 오륙년 된 슈퍼로서 스피커에선 항상 "싸게 파는 싱싱한 낙지(또는 오징어 등)가 왔어 요"로 시작 되는 멘트를 흘리지만 어째

우리 집사람과는 궁합이 영 안 맞는지 해물은 꼭 인근 매장에서만  구입한다, 그러니 두 사람만 거래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분들이 항상 우리 농장을 지날 때 면 의례 농장 입구에서 약간의 시간을 지체하며 기다리곤 했는데 요즘 더위에 휴가철이고 집사람의 승용차가 안보이니 어디 가셨나보다 하고 다음 거래처로 빠르게 지나친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 집사람은 그것도 모르고 왜 저렇게 빠르게 지나가지? 하며 벌서 몇 차례 스피커 소리를 듣고 나가면 항상 어깃장이 난 것이다. 이 생각 저 생각 짐작컨대 아마 이동 슈퍼는 집사람이 요즘 승용차를 밖에서 잘 안 보이는 뒤쪽 큰 나무 그늘 밑에다 주차를 해놓은 줄 모르니 평소 짐작으로 농장에 없는 줄 오해 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집사람은 집 사람대로 답답한 마음으로 잠시고민을 하는 것이다, 옆에서 웃으며 지켜보던 내가  "여보 핸드폰번호라도 적어놓아"라고 이야기 하다가 아니지 "농장 입구에다 비표를 해놓으면 어때?" 하고 말을 건네니 좋은 의견이라며  농장 출입문 옆의 큰 산딸나무와 개나리 가지사이에  음료수 팻트병을 꽃아 놓기로 한 후 이동슈퍼를 만나면 그렇게 약속을 해보자며 환한 표정을 짓는다, 아직도 농촌전경이 남아있는 우리 마을은 인근에 있는 농협슈퍼나 대형매장을 자동차로 이용하여 시장을 보던가 아니면 이동슈퍼를 이용해야 한다, 십 수 년을 찾아오는 이동슈퍼, 시장나들이에 겹치는 볼일이 있을 때 만 매장에서 장을 보는 집사람과 이동슈퍼와의 거래가 언제까지 계속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시화 되어가는 인접마을의 매장에서 선택만을 요구하는 장보기와 인정을 거래하는 이동슈퍼와의 장보기는 우리 마을에서 중년에 깊숙이 접어들어 인생의 완숙기인  집사람의 작은 행복중에 하나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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