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ious frogs/개구리에 대한 상식

풀섶 떠난 청개구리의 피서

서핑 2006. 8. 30. 08:37

 

[포토에세이]풀섶 떠난 청개구리의 피서 [경향신문 2004-08-05 16:28]
[포토에세이]풀섶 떠난 청개구리의 피서
[경향신문 2004-08-05 16:28]

‘개 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일명 ‘올챙이송’이라고 불리는 이 동요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TV의 막강한 전파력을 타고 전국민의 애창곡(?)이 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큭큭 웃음이 난다. 최근 각종 엽기버전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 ‘올챙이송’은 일본에서의 ‘욘사마’ 인기와 비견할 만하다. 조용한 버스 속에서 느닷없이 이 노래가 휴대폰 벨소리로 터져나와 킥킥거린 적도 있었다. 체험학습 나온 유치원생들이 이 노래를 합창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었다.

저 와불(臥佛)같은 청개구리도 올챙이 시절이 있었으리라. 기껏 손가락 크기도 안되는 녀석이 여간 능청스럽지 않다. 청개구리 하면 으레 떠오르는 ‘말 안듣는 녀석’의 이미지도 한 몫 거든다. 여하튼 ‘입 큰 개구리’가 유머시리즈의 압권이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개구리는 여러가지로 인간을 즐겁게 한다. 그 모습 그대로 거기 늘 있으면서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저 녀석이야말로 살아있는 부처다.

풀섶에 몸을 숨기고 있는 듯 없는 듯 있어야 할 녀석이 집안으로 기어들어온 건 너무 더워서일까. 비가 오면 떠내려갈지도 모르는 엄마의 무덤을 지키다가 지쳐서 잠시 쉬러 온걸까. 느릿느릿 창문을 기어오르면서 힐끗힐끗 눈치를 보는 폼이 세상살이 다 그렇고 그런거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이 여름이 지나면 녀석도 부지런히 날벌레를 잡아먹으며 겨울잠을 준비할 것이다. 내년 봄 화사하게 피어날 꽃들을 보기 위해 부지런히 가을 들판을 누빌 것이다.

이제 곧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사람들로 이 도시는 다시 가득찰 것이다. 오늘 우리네 삶이 비록 남루할지라도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 톡톡 튀는 청개구리처럼 열심히 살아볼 일이다. 저기 다시 올 화사한 봄날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글 오광수·사진 박재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