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ious frogs/개구리의 뜬소문

어리석은 '두꺼비'와 꾀많은 '게'

서핑 2006. 9. 15. 08:01

어느 날 두꺼비가 바위 틈에서 작은 게 한마리를 잡아 왔어요.
두꺼비는 잡아 온 작은 게를 신기한 듯 요리조리 잘 살펴보았지만 예쁜 데라고는 하나도 없었어요. 게의 다리는 열 개가 있었지만 가지런하지 못했어요.
맨 앞의 두 집게발은 가위 같았고 맨 뒤쪽 헤엄치는 발은 펑퍼짐하게 생겨서 모양이라고는 없었어요. 그리고 가운데 발들은 가늘고 길어서 두꺼비가 보기에는 쓸모가 없어 보였지요. 게다가 등은 딱딱하고 두툴두툴한 딱지가 붙어 거친 나무껍질처럼 보기 흉했어요.
"에그, 이 게야. 넌 왜 그렇게 생겼니? 다리가 길어서 걸음도 옆으로만 걸어 다니니 네 걸음은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그러나 두꺼비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프던 참이라 이 흉칙한 게를 어떻게 맛있게 요리해서 먹을까 생각했어요.
"야, 이 징그러운 게야. 너를 구워 먹을까, 삶아 먹을까? 옳지, 이놈은 발이 열 개나 달려 있으니 이 발을 차례차례로 한 개씩 냠냠 떼어 먹어야겠구나."
그래서 두꺼비는 작은 게의 다리를 덥석 쥐었어요. 게는 두꺼비의 말을 듣고는 무서워서 벌벌 떨었어요.
'아이 어떻게 하지? 이대로 죽을 수는 없고, 살아날 궁리가 없을까?'
작은 게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옳지 이렇게 하자.'

"얘, 두꺼비야. 네가 내 발을 떼어 먹으면 나는 몸이 한결 더 가벼워지거든. 그러니 두꺼비야, 네가 나를 위해 발을 떼어 준다니 정말 고마워. 자, 어서 이 발을 떼어 먹어. 어서 먹으란 말야."
작은 게는 참 잘 되었다는 듯이 두꺼비에게 부탁했어요. 정말 묘한 꾀였지요.
어리석은 두꺼비는 게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더니
"야, 이놈 봐라? 발을 다 떼 먹으라니! 정말 배짱 한번 좋구나. 그런데 발을 다 떼어 버리면 몸이 가벼워서 더 좋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네놈을 편하게 할 수야 없지. 약은 놈같으니라구. 내가 네 꾀에 넘어 갈 줄 알고? 지저분하고 못생긴 게의 발은 안 떼어 먹는단 말야."
두꺼비는 게의 발을 먹는 것을 포기하고는 또다른 생각을 했어요.

"야, 이거 잘 됐다. 이놈을 숯불에다 구워 먹으면 아주 고소하겠구나."
두꺼비가 게를 집어 들고 숯불 위에다 놓으려고 하자, 갑자기 게가 소리쳤어요.
"야, 두꺼비야! 내 말 좀 들어봐. 그렇지 않아도 지금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 참인데 정말 잘 됐구나. 제발 따뜻하게 나를 저 숯불에다 얹어 주렴."
두꺼비는 어이가 없었어요.
"쳇, 싫어. 네가 좋아하는 것은 절대로 안 할 거야."
"아이, 너는 참 변덕쟁이구나. 나를 숯불에 얹는다더니. 아이 추워 죽겠다."
게는 시치미를 뚝 떼고는 두꺼비를 약올려 주었어요. 두꺼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기껏 생각한 것이 모두 게가 좋아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흥, 게야! 네가 좋아할 일은 안 해. 죽은 고기는 맛이 없으니 살아있는 너를 간장에다 바짝 졸여서 먹어야겠다."
두꺼비는 게를 잡아먹으려고 안달이었어요. 그럴수록 작은 게는 살아나려고 애를 썼어요.
"야, 신난다! 어쩌면 너는 내가 좋아하는 일만 골라서 하니. 그렇지 않아도 목이 컬컬하던 참인데, 어서 간장에다 넣어 주렴.간장이나 실컷 먹게."
두꺼비는 어이가 없었어요. 얄미운 게를 어떻게 해야 골탕을 먹일까 묘한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았어요.

"이젠 됐어! 이제 너도 끝장이 날 거야. 네 놈을 저 깊은 물 속에다 던져 버릴 테다. 네 목숨도 여기서 끝장이라구. 네놈이 깊은 물 속에서야 어떻게 견디겠니?"
두꺼비는 참으로 좋은 꾀를 생각했다고 기뻐했어요.
그러나 정말 좋아한 쪽은 누구였을까요? 그래요. 작은 게였어요. 본래 게가 살던 집은 물 속이었으니까요. 게는 두꺼비가 물 속으로 보내 준다니 정말 기뻤어요. 그렇지만 이번에도 게는 시치미를 뚝 떼었어요.
"두꺼비님! 두꺼비님! 그것만은 참아 주세요. 저는 물 속에 들어가면 정말 죽고 말아요.
제발 살려 주세요."게는 두꺼비에게 슬픈 목소리로 애원했어요.
"흥, 이제야 너를 잡아먹어 봐야 무슨 맛이 있겠느냐? 차라리 너를 골탕먹여서 죽여버려야지."
두꺼비는 신이 나서 작은 게를 덥석 집어들더니 물 속으로 훽 던졌어요. 두꺼비는 그제서야 가슴이 후련했어요. 게를 골탕먹인 기쁨에 젖어 물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아 글쎄, 물 속에서 게가 '해해해' 웃고 있지 않겠어요!
"아아,이젠 살았다.하마터면 저 두꺼비한테 죽을 뻔했구나. 이 어리석은 두꺼비야, 내가 살고있는 고향으로 나를 보내 주어서 정말 고맙다. 물 속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야.두꺼비야, 안녕-."
게는 뽀그르르 거품을 내뱉으며 두꺼비를 비웃고는 물 속으로 신나게 쑥 들어갔어요.약을 올리는 게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두꺼비는 너무나 분했지만 자신의 어리석음을 생각하면서 어쩔 수 없어 어슬렁어슬렁 자기 집으로 가 버렸답니다.
(전미헤님의 엄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