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ious frogs/마을 전경

향숙이네

서핑 2007. 9. 15. 17:50
 

 향숙이네

           샘

시집가서 중년이 다 되었어도

마을에선  향숙이네 집이라고 부른다

노고산을 내려온  솔바람이

향숙이네 고추밭고랑 사이로 지나쳐 갈 때

향숙아버님은 마당에서

빨간 고추들을 펼치며

요즘은 안개가

하루 반나절을 훔쳐 가버려

며칠 만에 고추가 반으로 줄었다

푸념한마디

지나치던 내 아내가

옆집 건조기를 이용 하시죠 하니까

그것도 결국은 고추값 축낸다고 하면서

그래도 날씨를 빌려서 말리는 게 익숙하다고

미소 띤 얼굴로 하늘을 보며

허리를 다펴기도 전에 

해는 들깨 밭에 드러눕는다

이러다 찬바람이 마당에 깔리며

가을이 잠깐 머물다 가면

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배추꼬랑이 자르며

봄을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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