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숙이네
샘
시집가서 중년이 다 되었어도
마을에선 향숙이네 집이라고 부른다
노고산을 내려온 솔바람이
향숙이네 고추밭고랑 사이로 지나쳐 갈 때
향숙아버님은 마당에서
빨간 고추들을 펼치며
요즘은 안개가
하루 반나절을 훔쳐 가버려
며칠 만에 고추가 반으로 줄었다고
푸념한마디
지나치던 내 아내가
옆집 건조기를 이용 하시죠 하니까
그것도 결국은 고추값 축낸다고 하면서
그래도 날씨를 빌려서 말리는 게 익숙하다고
미소 띤 얼굴로 하늘을 보며
허리를 다펴기도 전에
해는 들깨 밭에 드러눕는다
이러다 찬바람이 마당에 깔리며
가을이 잠깐 머물다 가면
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배추꼬랑이 자르며
봄을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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