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ious frogs/개구리 속담과 우화

금강산 개구리바위

서핑 2006. 9. 15. 09:08

아주 오랜 옛날, 금강산 온정리의 달걀바위산 기슭에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우물 안에는 개구리 10여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개구리들이 볼 수 있는 세상은 우물 위로 보이는 하늘이 전부였습니다. 개구리들은 이 세상에 무엇이 더 있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이 우물보다 더 훌륭한 곳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개구리들이 살고 있는 우물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까마귀는 개구리들한테 우물 밖의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까마귀는 수많은 꽃이 서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동산 이야기도 들려주고, 여름에도 온 천지가 눈과 얼음에 파묻혀 있는 곳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여 주었습니다. 까마귀가 하는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놀랍고 신기하였습니다. 우물 밖 세상이라고는 동그란 하늘밖에 모르던 개구리들한테는 그것이 모두 거짓말 같기만 하였습니다. 개구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야, 정말 신기하다. 까마귀야, 너는 어디가 가장 좋으니?"
나이 어린 개구리가 눈알을 굴리면서 물었습니다.
"그거야 금강산이지. 너희가 살고 있는 이 금강산 말이야."
"금강산?"

 <사진은 해외 개구리 연구기관 사이트에서 >


개구리들은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개구리들은 금강산에 살고 있으면서도 금강산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하였습니다. 또 무엇 때문에 금강산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하는지도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구리들은 자기들이 금강산을 둘러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까마귀한테 부탁하였습니다. 까마귀는 개구리들의 부탁을 기꺼이 들어 주었습니다. 개구리들은 맏형 개구리를 대표로 뽑았습니다.
까마귀는 맏형 개구리를 등에 업고, 금강산 바깥 세상을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맏형 개구리를 금강산 구룡연 골짜기 어귀에 내려놓았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나서 어리둥절해 있던 맏형 개구리는 눈앞에 펼쳐 있는 아름다운 경치에 정신을 잃을 뻔하였습니다.
맏형 개구리는 자기 발로 걸어 다니며 금강산의 풍경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새겨 두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맏형 개구리는 옥녀봉 마루로 기어올랐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오르는 일은 너무도 힘이 들었습니다. 맏형 개구리는 숨이 차서 더 오를 수 없을 만큼 지쳤습니다. 하지만 우물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생 개구리들한테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하였습니다. 그래서 맏형 개구리는 포기하지 않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조금씩 높이 올라갔습니다.
'도대체 어떤 경치가 펼쳐져 있기에 까마귀가 그토록 금강산 자랑을 한 것일까?'
맏형 개구리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힘든 것을 잊으려고 애썼습니다. 죽을 힘을 다하여 올라가던 맏형 개구리는 한낮이 지나서야 겨우 고갯마루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맏형 개구리는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아니, 세상에 이런 멋진 곳도 있단 말인가!'
깎아지른 절벽, 바위를 그러안고 싱싱하게 자란 소나무, 저 멀리 보이는 구룡연과 구룡 폭포‥‥‥.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게다가 뽀얀 실안개가 은하수를 이루고, 일곱 색깔 무지개가 곱게 걸려 있었습니다. 골짜기는 깊고 웅장하며, 절벽에서는 폭포수가 떨어지고, 파란 못은 하늘보다 맑았습니다.
맏형 개구리는 봐도봐도 더 보고 싶고, 볼수록 더욱 아름다운 구룡연 골짜기의 풍경에 흠뻑 빠져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동생 개구리들이 기다리는 우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돌아갈 줄 모르던 맏형 개구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대로 바위가 되고 말았습니다.
구룡연 골짜기에 있는 개구리바위는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저기에 소문이 난 이야기입니다"